- 제목: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가상자산의 실체 2/e
- 저자: 이병욱
- 출판사: 에이콘
- 읽은 날짜: 2021.03.19 ~ 2021.03.20
Review
네이버 경제 뉴스를 매일 확인하다보면 항상 비트코인 뉴스를 접하게 된다. 6~7천만원대를 등락하고 매일 변동폭도 커서 굉장히 자극적인 기사 소재로 쓰이는 것 같다. 인공지능과 함께 "미래 기술"로 5년 여 전부터 대중들에게 알려져 꽤 많은 이슈를 만들었던 '블록체인' 기술, 그리고 그 기술을 암호화폐에 접목시킨 '비트코인'은 늘 관심은 가지고 싶었지만 투기 광풍에 의해 가려져 그 본질을 알기는 어려운 개념이었다. 주위에 비트코인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수익률이 엄청나다는 소식도 들려왔지만 비트코인의 실체와 원리를 알기 전에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는 정도의 철칙만 세워둔 채로 시간이 흘렀다. 이른바 "가즈아" 열풍이 식고 폭락했던 비트코인 시세는 최근 처음 주목받았던 때만큼을 회복하여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3월에 작성한 글인데 현재는 시세가 많이 꺾였다) 이제는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과연 일각의 주장처럼 앞으로 법정통화로 쓰일 수 있을지, 일종의 화폐개혁을 일으킬 혁신일지 등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언론에서 호도하는 내용을 나의 견해로 이해하기 위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라는 책의 2번째 개정판으로 저자인 이병욱 씨는 세계 최초의 핸드헬드-PC 개발에 참여하여 한글 윈도우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공동 개발했던 금융 공학 전문가로 최근에는 머신러닝 기반의 금융 분석과 블록체인에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저자가 오래 전부터 금융 공학 분야를 연구했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선구자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인 것 같아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트코인에 대한 나의 입장은 현재는 투기적인 성격이 너무 짙고, 사기꾼들이 판을 치지만 미래에는 더 상용화되고 어쩌면은 정부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화폐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으며, 나아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개발하게 될 수도 있는 디지털 화폐의 개념으로 생각했다. 부정적인 견해를 전제로 하지만 미래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비트코인 광풍이 본질부터 단단히 잘못된, 검은 세력의 디지털 카지노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트코인의 기초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3일 오후 7시 15분 5초, 제네시스 블록 Genesis Block이 탄생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최초의 블록이자 최초의 블록체인이 시작된 날인 것이다. (생각보다 비트코인의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비트코인 개념을 처음 구상한 것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을 사용한 정체 불명의 개인 혹은 단체가 2008년 암호학 커뮤니티에 게시한 논문이었다.
비트코인은 프라이버시 보호 운동, 또는 사이퍼펑크(cipher+cyberpunk=> cypherpunnk) 철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정부기관으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려는 노력은 비트코인 이전에도 있었다. 데이비드 차움 David Chaum이라는 전산학자이자 암호학자는 1983년에 'e-캐시'라는 새로운 캐시 시스템을 구상했다. 닉 사보 Nick Szabo는 비트코인 채굴 모델의 기본 개념이 된 비트골드 Bitgold를 제안했으며, 아담 백 Adam Back은 2002년 작업증명 개반의 해시캐시 Hash Cash를 구상했다. 이처럼 비트코인의 핵심 작동 기저인 해시, 작업증명, 연쇄 해시와 머클트리 등의 모든 기술적 개념은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체계적으로 정립되었다.
비트코인이 만들어진 배경에 관해 2008년 금융 위기를 연결 짓는 견해도 있는데 저자는 단호히 그러한 주장의 비합리성을 지적한다. 제도와 규정이 핵심인 금융 시스템을 소프트웨어로 변혁하는 것이 비논리적이라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만든 궁극적인 목적은 '프라이버시 보호'다. 이를 위해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을 배제한 anonymous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암호화폐라는 명칭의 적절성
요즘 미디어에서는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비트코인과 동등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이 화폐의 일종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 것 같은데 일상생활에서 화폐라 칭하는 것은 통상 법화(법정통화)만을 말한다. 그러니 비트코인이 화폐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비트코인 또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 '가상 자산'이 화폐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화폐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 교환의 기능
화폐는 재화와 용역을 교환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그러한 역할 수행이 가능한 것을 넘어 범용성을 갖춰야 한다. 한국은행법 제48조에서 규정하는 것처럼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상점을 가든 비트코인을 통한 상거래가 가능해야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암호화폐도 범용적 교환성을 갖추지 못한다. 이 원인은 가치의 불안정성, 내재 가치의 부재, 신뢰의 부재, 사용상의 불편이다. 후에 다룰 기술적 원인에 의해 비트코인으로 상거래를 할 때는 실제로 블록이 생성되기까지 10분 가량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려는데 결제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커피를 마시는 시간보다 길다면 과연 그러한 결제 방법을 사람들이 사용할까? 암호화폐는 오로지 법화를 통한 교환 가치만 지니고 있기 때문에 현실 상거래에서 암호화폐가 인정되기 쉽지 않은 것이다. 물론 암호화폐 중에는 시중 은행과 연계하여 절차를 간소화시키는 등 새로운 기술 발전을 통해 법화로의 환금성을 크게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있지만 아직은 기술적으로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비트코인의 개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금융 기관들이 수수료를 너무 받기 때문에 소액 거래가 제한된다고 비판하였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이 국가 간 환전 및 수수료가 필요 없는 거래라고 주장하였는데 오히려 비트코인이야말로 소액 거래를 할 수 없는 구조이다. 외국에 나가서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사려면 그 나라 법정통화에 연동된 비트코인 시세로 환산된 물건 값을 요구할 것이므로 환율은 물론 비트코인 시세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나라마다 비트코인 시세도 천차만별이라 2018년 우리나라의 비트코인 시세는 미국보다 20~30% 정도나 비싸게 형성되었다. 암호화폐가 법화로 거래되고 시세가 나라별로 다르게 형성되는 한, 암호화페는 교환 가치를 갖기 쉽지 않다. 즉, 암호화페는 존재하는 한 영원히 법화로 거래될 것이며 시세가 나라별로 다르게 형성될 것이므로 비트코인이 범용적 교환의 가치를 가질 가능성은 앞으로도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 가치 척도의 기능
칼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설명한 화폐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가치 척도의 기능을 비트코인은 전혀 수행할 수 없다. 화폐가 그 자체의 내재 가치로 다른 모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힘을 가지면, 모든 상품은 자신의 가치를 화폐의 일정한 양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화폐 경제가 성립된다는 것이 가치 척도의 기능이다. 가치를 측정하는 잣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가치가 변동되어서는 안 된다.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나라의 법화나 변동성이 심한 재화가 가치 척도의 기능을 못하는 것처럼 무형 자산인 비트코인은 내재가치도 없고 법적으로 부여된 가치도 없으므로 가치 척도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 가치 저장의 기능
가치 저장 기능은 단순히 가치를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일정한 구매력을 발휘할 수 가치를 저장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환금성과 함께 일정한 구매력도 동반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는데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가치 저장 긴으을 수행하지 못한다.
금은 항상 존재하므로 가치를 저장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익명 참여자들의 네트워크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자들은 철저히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구성된 사익집단으로 언제까지 네트워크를 유지할지 아무도 모른다. 한순간에 채굴이 멈춘다면 비트코인은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 사용의 편의성
편의성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최악이다. 비트코인 거래는 트랜잭션이 블록에 기록되어야만 성사되는데 기록되기까지 최소한 10분, 경우에 따라서는 몇 시간을 기다려야 거래에 대해 안심할 수 있다. 소액 거래의 경우 10분을 기다리지 않고 서로를 믿고 즉시 거래를 종료한다면 상습적으로 이중사용을 시도하는 악의적인 사용자가 넘쳐날 것이다.
비트코인 트랜잭션의 평균 수수료는 2018년을 기점으로 3만 원을 넘었다. 결국 비트코인으로 물건 값을 지불하게 되면 모든 물가가 3만 원씩 오르는 셈이다. 5천 원인 스타벅스 커피를 비트코인으로 살 경우 3만 5천 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인데 사실상 소액 지출은 불가능하다. 물론 수수료를 줄이고 싶다면 적게 지불할 수 있지만 그 경우 트랜잭션이 언제쯤 처리될지 알 수 없다. 현재의 비트코인 시스템은 일상에서 화폐로 사용하기에 조금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관련 용어
후술할 내용은 비트코인을 구성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기초적인 용어와 개념을 기록하는 것으로 기술적인 측면에 치중할 것이다.
노드와 피어
- 노드란 네트워크에 접속한 사용자 혹은 컴퓨터로 컴퓨터 네트워크를 그림으로 표현할 때 꼭짓점으로 나타낸다.
- 피어는 각 노드 입장에서 특별히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노드이다.
일의 분산 vs. 일의 중복
- 일반적인 분산 시스템: 여러 서버가 하나의 일을 나눠 처리함으로써 작업의 효율성이나 서비스의 가용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함. 중앙 서버 하나만 고장나도 모든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을 방지해 가용성을 높일 수 있음.
- 탈중앙화 블록체인: 여러 서버가 투입되지만 동일한 일을 중복하여 처리함. 더 많은 자원과 시간이 투입되지만, 똑같은 일을 중복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극도로 저하됨. 그러나 모든 노드가 일을 반복한 수 결과를 일치시키기 때문에 일의 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향상됨. 작업의 효율성을 희생하신 작업 결과에 관한 신뢰도를 높인 시스템
브로드캐스팅 broadcasting
네트워크에서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고 모든 접속자에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통신 방식. 모든 노드가 데이터를 자신의 피어에게 전부 전달하면 궁극적으로 모든 노드에게 데이터가 전달되는 방식.
트랜잭션 transaction
모든 금융 거래를 의미하며 IT분야에서는 업무 처리 단위를 이야기함. 블록체인에서 트랜잭션이란 '거래 내역을 기록'하는 것. 약 10여 분 동안 네트워크에 제출된 트랜잭션을 한꺼번에 모아 블록 단위로 처리하고 그 블록 단위로 순서대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 비트코인 블록체인.
채굴
'기록'과 동의어. 블록을 만들기 위한 행위.
지갑 소프트웨어
비트코인을 사용하기 위한 사용자 프로그램. 블록체인 내의 암호화폐에 접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애플리케이션. 지갑이 비트코인 거래에 필요한 주소라는 계정을 생성하고 나만의 암호키를 생성해 늘 안전한 거래를 가능하게 해준다. 비트코인 주소생성, 계정 관리를 위한 개인키/공개키의 생성과 관리, 비트코인 거래(트랜잭션)를 시스템에 제출, 비트코인 잔액 관리 등 기타 기능.
수수료
모든 트랜잭션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 수수료는 블록을 만든 채굴업자가 보상금 형태로 가져간다. 각 노드에 대기 중인 트랜잭션은 원칙적으로 수수료가 같을 경우 도착한 순서대로 처리되지만,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면 수수료가 큰 거래 내역이 먼저 처리될 수 있다. 어느 트랜잭션을 먼저 처리할 것인지는 블록을 만드는 채굴업자가 결정하는데 통상 트랜잭션의 크기와 수수료의 비율인 수수료율을 계산해 우선 순위를 정한다.
블록체인의 정의
'자발적으로 구성된 익명의 네트워크'를 의미하며 아래 네 가지 성질을 모두 만족하도록 설계된 것. (기술적 한계로 네 가지를 완전히 만족하지 않더라도 속성상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설계되었거나 모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경우까지 포함한다.)
- 각 노드는 자의로 네트워크 구성원으로 참여하거나 탈퇴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제하는 어떠한 서버도 없어야 한다. 따라서 구성은 동적이며 어떠한 제약도 없어야 한다.
- 모든 노드는 동일한 권리와 의무, 정보를 가져야 하며, 어느 한 노드도 더 많은 권한이나 의무, 정보를 가져서는 안 된다.
- 각 노드는 원할 경우, 항상 기록 및 검증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과 보장돼야 한다.
- 기록의 불변성은 첫째, 기록자 선정의 무작위성과 둘째, '기록 변경 자체의 어려움'이라는 속성을 모두 갖춘 방식으로 구현돼야 한다.
기능적 관점의 정의
"익명의 비동기화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중앙 서버의 관여 없이도 일관성 있게 순서를 정할 수 있는 장치."
블록체인을 이루는 기반 기술
3장의 내용이 블록체인의 기반 기술이었는데 워낙 복잡하고 기술적인 내용이라 위키피디아 링크를 첨부하는 것으로 대체한다.
블록 체인의 작동 원리
블록체인은 익명의 참여자로 구성된 네트워크이므로 신뢰할 수 있는 중앙 서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는 거래 내역을 기록해야 하므로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1. 브로드캐스팅을 통한 전달
지갑 소프트웨어를 통해 네트워크에 제출된 데이터를 모든 노드에게 브로드캐스팅한다. 이때 네트워크 전송 속도와 컴퓨터 사양에 따라 각 노드 대기실에 쌓인 트랜잭션의 구성이나 순서가 다를 수 있다. 대개 수수로율이 높은 순서대로 처리되며 제출된 순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
2. 리더 선출
익명의 노드로 구성된 네트워크인 블록체인에서 모든 노드가 동일한 기록을 저장하게 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기록할 수 있는 권리를 오직 단 하나의 노드에게만 주면 된다. 하나의 노드만 기록할 수 있으므로 하나의 기록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록을 담당하게 되는 하나의 노드를 리더라고 부르며, 누가 리더가 될 것인지 선출하는 과정이 해시 퍼즐이다. 특정 순간에 해시 퍼즐을 가장 먼저 해결한 단 하나의 노드가 기록을 하게 되고, 채굴에 따른 보상금을 가져가게 된다. 해시 퍼즐은 해답을 알 수 있는 수학 공식이 존재하지 않은 그냥 복잡한 문제로, 정답을 찾기 위해서는 단순히 모든 조합을 반복해서 계산하는 수밖에 없다.
해시 퍼즐의 정답을 가장 먼저 찾기 위해서는 더 빠른 연산 능력을 가진 컴퓨터가 필수적이다. 리더로 선출되지 못한 구성원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 현재 블록의 해시 퍼즐 정답은 다음 블록의 해시 퍼즐 정답과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3. 모든 노드의 검증
선출된 리더는 신뢰를 알 수 없는 익명의 노드다. 따라서 누군지도 모르는 리더가 작성한 기록을 맹목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따라서 리더가 작성한 기록의 무결성을 입증하기 위해 모든 노드가 검증에 참여한다. 리더가 해시 퍼즐의 정답을 찾아서 블록을 만들면, 피어에게 블록을 브로드캐스팅한다.
4. 합의
모든 노드가 리더의 블록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 자신의 로컬에 저장돼 있던 기존의 블록체인 데이터에 새로 전닯다은 블록을 추가하면서 전체 블록체인 데이터의 길이가 하나 더 자라게 된다.
비동기화 시스템에서의 탈중앙화 합의
블록체인은 동기화 시스템인 컴퓨터 CPU와 달리 신호를 줄 수 있는 중앙 서버가 없는 완전한 비동기화 시스템이다. 각 노드는 자신이 가지는 데이터와 자신의 피어를 통해 전달받는 데이터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블록이 다른 곳에서 동시에 생성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네트워크의 한 노드에서 해시 퍼즐을 해결한 순간에 그 노드는 피어로부터 전달받기 전까지 네트워크의 다른 노드가 이미 퍼즐을 해결하여 블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동일한 네트워크 속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진실이 존재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 데이터를 통일하는 규칙이 있다. 두 블록체인 데이터 중에 더 긴 블록체인을 선택하는 것이다. 두 노드가 서로의 블록체인 데이터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면 상대방이 규칙을 지켰는지 검사한 후 이상이 없으면 길이를 비교하여 더 짧은 쪽이 블록을 모두 폐기하고 승자의 블록을 복사함으로써 시스템 내 모든 노드가 동일한 블록체인 데이터로 통일해 나간다.
이중사용
이중사용이란 하나의 비트코인을 여러 번 사용하려는 악의적인 시도다. 이중사용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는 특정 비트코인을 사용하려는 시점에서는 이 비트코인이 이미 사용한 것을 또 사용하려는 것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중앙 서버가 없는 비동기화 시스템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만약에 A와 B가 직거래를 위해 만난 상황을 가정하자. A는 자신이 갖고 있는 노트북을 판매할 생각이고, B는 50만원에 구매하기 위해 만난 것이다. B는 A에게 물건 값 50만 원을 비트코인으로 지급하기로 하고, 시세를 환산하여 0.02BTC로 건네기로 합의한다. B는 A가 지켜보는 동안 비트코인 지갑을 이용해 0.02BTC를 송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A는 안심하고 B와 헤어진다. 하지만 A는 물건 값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안심할 수 없다.
B는 송금 '신청'을 완료한 것일뿐, 송금이 완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0분이 경과하지 않았다면 아직 블록이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시간이다. 송금 신청이란 B가 브로드캐스팅을 통해 비트코인 시스템에 있는 전체 노드에게 자신이 A에게 0.02BTC를 지급한다는 의사를 트랜잭션으로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 B는 A와 헤어진 후에 곧 바로 또 하나의 트랜잭션을 작성해 시스템에 제출할 수 있다. 자신이 조금 전 A에게 지급한 것과 동일한 비트코인을 스스로에게 지급한다는 요청서다. 하나의 비트코인을 두 번 사용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뒤늦게 제출한 트랜잭션이 먼저 처리되면 A에게 지급할 비트코인을 빼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어느 트랜잭션이 먼저 처리될지는 네트워크의 상황에 따라 알 수 없다. 두 트랜잭션 모두 폐기되어 처리되지 않을 수도 있고, 둘 중 하나가 정상적인 트랜잭션으로 선택되어 기록될 수도 있다. 만약 첫번째 요청이 먼저 등록되면 A는 문제 없이 물건 값을 받을 것이고, 두번째 요청이 먼저 등록되면 그렇지 못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문제점
1. 탈중앙화의 비용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으로 '제삼자를 배제하고 수수료를 없애는 유통의 혁명'을 얻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탈중앙화라는 수단을 통해 상기의 목적을 이루고자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이용한 탈중앙화를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소모된다. 2017년 한 해 동안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은 약 1억 건의 트랜잭션을 처리하고, 당시 시세로 한화 약 17조 원 정도의 보상금을 받았다. 모든 참여자에게 공평해야 하는 채굴 과정이 몇몇 소수 채굴업체에 의해 독점된 것도 문제지만, 채굴업자들이 1년 동안 처리한 1억 건은 우리나라 금융결제원의 연간 처리량의 0.9%, 즉 사흘치 처리량에 불과하다. 한편 중개소들은 약 10조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국내 모든 은행의 모든 수수료를 합친 금액이 4조 원이니 우리나라 금융결제원의 0.9%에 해당하는 거래를 처리하기 위한 탈중앙화를 위해 최소 26조 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화학적으로 금을 생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서 금을 화학적인 방법으로 만들지 않는다. 금을 만드는 데에 드는 비용이 금의 가치를 넘어서면 주객이 전도되기 때문이다.
2. 변경이 어려운 기록 장치의 의의
2018년 4월 23일 이더리움의 5,492,770번 블록에 중국으로부터 트랜잭션 하나가 기록된다. 트랜잭션은 자기 자신에게 0이더리움을 전송하면서 숫자를 남겼다. 16진수의 숫자를 UTF-8 코드로 변환해보니 북경대학교 여학생 유에신이 20년 전에 있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청원을 낸 후 학교로부터 받은 비합리적인 처사에 항의하는 메시지가 나왔다고 한다. 이더리움에 메시지를 남겨 전 세계에 진실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이 사건은 블록체인 낙관론자들이 영원히 기록할 수 있는 검열 받지 않는 모두의 플랫폼이라는 주장의 예시로 쓰이고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블록체인에 거짓이 적힌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사실 여부를 떠나 개인정보를 함부로 노출할 수 있는 위험과 '잊혀질 권리'가 박탈당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블록체인은 진실을 기록하는 장치가 아니다. 그저 기록하면 그대로 기록이 남는 장치에 불과하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은 모든 사람에게 완전히 노출되므로 누군가 이곳에 민감한 개인정보를 고의적으로 기록하거나 악의적 거짓을 기록한다면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은 (막강한 해시파워를 가진 전문 채굴꾼이 아니면) 없다.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참이든 거짓이든 일단 기록하면 그 변경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장치가 과연 우리 삶에 필요할까?
3. 탈중앙화의 실체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를 외치며 스스로 민주적 회의체를 통해 프로그램의 변경을 수행한다며 자신들을 '믿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못 믿으니 자신들을 믿으라는 말은 그 자체로 모순적이다. The DAO 사건을 통해 블록체인이 탈중앙화를 통해 독립적으로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것이 거짓임을 확인할 수 있다.
누구도 개입되지 않는 시스템이란 존재할 수 없다. 특히 '비탈릭 부테린'이 주도하는 이더리움은 수많은 인위적인 변경을 가했고 구매자들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이더리움 재단이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프로그램 내용과 계약 내용을 수시로 변경하지만 구매한 측은 급락하는 시세에 대항하지 못하고 그저 지켜봐야 한다. 은행 같은 금융기관은 관련 법령으로 견제되지만 블록체인은 배타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소수의 전횡에 휘둘리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
암호화폐 광풍의 이면에는 절대 익명이라는 통제 불능의 보호막 뒤에 숨어 시세를 조종, 선동하는 세력이 있다. 이미 이 세력들은 암호화폐 시장을 장악하고 통제하며 사용자들을 유린하고 있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그럴 듯한 마케팅에 가려져 아무런 제재 없이 부를 증식시키고 있다.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은 비영리 단체가 독립적으로 운영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집단은 주로 암호화폐 개발자나 채굴업자, 중개소로 구성되며 프로그램의 개발과 유지보수를 지배한다. 이들은 다수결이라는 형식을 취하지만, 중개소에 돈을 넣고 암호화폐를 사고 파는 모든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사익을 위해 투표한다.
가상 자산 중개소들은 암호화폐 개발자, 채굴업자들과 연합하여 시세를 조종하고 보안 상의 취약점에 의해 해킹 당하기도 하는 등 문제가 많지만 아무런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탈세나 여러 범죄에 이용된 검은 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되기에 안성맞춤인 실태다. 비트코인은 훌륭한 자금세탁 수단이다.
결론
블록체인은 '추적이 불가능한 거래 시스템'을 통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그 구현을 위해 금융기관을 배제함으로써 1) 작업증명에 의한 리더 선출 2) 모두에 의한 검증이라는 극단적 비효율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비트코인을 주고받는 이외의 용도로는 거의 쓸모가 없다. 내재 가치가 없는 디지털 목적물이 그 자체로 어떤 가치를 가질 수도 있음을 비트코인이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사익을 탐하는 자들의 통제받지 않은 개입으로 인해 그 가치가 왜곡되고 조종되어왔다.
비트코인이 촉발한 여러 실험적 개념들은 다양한 형태로 금융에 접목돼 실험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돼 우리 곁에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디지털 자산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불로소득을 노리는 사익집단에 의해 미래 시장이 혼탁해지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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