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AR·VR OS 개발 중단 루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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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 reportedly disbands team creating a new OS for AR and VR (updated) | Engadget
Meta has reportedly disbanded a team creating a new OS for AR and VR dev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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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한 메타의 BM에 중대한 이슈가 생길 수도 있겠다. 메타는 사명을 교체한 후로 기존의 SNS 사업과 더불어 메타버스 시장에서의 성장을 기업의 비전으로 강력히 표방하였다. 오큘러스를 비롯한 AR, VR 하드웨어 사업과 자사 AR, VR 기기를 통합하는 OS 개발로 메타버스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몇몇 기사를 통해 메타가 OS 개발을 중단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메타 측에서 언론에 밝힌 코멘트는 다음과 같다.
"We are always evolving our team structures to help us bring great products to market quickly. By embedding more OS engineers directly into our AR and VR teams, we can speed up the development of solutions that are hyper-tuned for each product line. As we’ve said before, there are several technical directions we’re pursuing to build these and we remain committed to building highly specialized systems. We continue to invest and optimize to move fast so we can deliver against the aggressive goals we’ve set."
기사 원문에서도 언급하듯 아직 메타가 공식적으로 OS 개발 중단을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코멘트에 담긴 내용에 따르면 메타는 OS 개발자들을 AR, VR 하드웨어 개발 팀으로 재배치시킴으로 제품 생산의 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OS 개발 팀의 존속 여부에 대해 인정하거나 부정하지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해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OS 개발보다 하드웨어 제품 생산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이 회사 내부에 분명히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최근 발표한 4분기 실적과 연결지어 이 뉴스를 읽어보자면 메타는 메타버스 시장 전반에서 영향력이 높은 플레이어로 자리잡고 싶지만,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서 당장의 실적이 필요한 상황이다. SNS 사업에서의 꾸준한 매출로 실적 자체가 컨센서스를 미스하지는 않았지만, 애플 개인정보 정책 변화로 향후 분기 매출 감소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메타버스 사업에서의 성장성이 실적으로 확인되어야 하는데 이번 실적 발표 때는 성장이 지지부진하였다. 당장 애플 정책 변화로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 메타버스 사업에서 성장이 지체되다가는 기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위기인 것이다.
메타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메타버스 사업에서 수익성을 단기간에 끌어올려야 한다. OS 개발과 하드웨어 기기 생산 중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메타의 통합 OS가 출시되려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AR, VR 기기는 이미 출시된 제품 라인도 있을 뿐더러, OS 개발에 비해 신제품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적고,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판매하는 B2C 형태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가시적인 수익을 내기 적합하다.
이러한 이유로 메타가 눈물을 머금고 OS 개발을 중지했을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언론에 전한 코멘트에서 몇 번씩이나 '빠른 속도'를 언급한 것을 보면 회사 차원에서 논의했을 때 상황이 굉장히 급박하다고 여겨진 것 같다. AR, VR 하드웨어 기기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빠르게 거두어 cashflow를 유지하겠다는 목표 같다. 보도에 따르면 300명 이상의 XROS 개발 엔지니어들이 메타의 다른 비즈니스 팀으로 재배치되어 그들의 경험을 살려 개발에 속도를 가할 것이라고 한다. 재배치 될 가능성이 있는 부서로 AR 글라스, 퀘스트 헤드셋, 눈동자 움직임과 손동작을 감지하는 XR 기술 팀 등 AR, VR 기기와 관련된 부서들이 거론되고 있다.
애플 정책 변화로 인한 향후 매출 감소 우려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승부수라고 보인다. 이것이 통할지는 메타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새로운 AR, VR 기기를 대중에 선보일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하지만 메타로서는 뼈를 깎는 결정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메타의 AR, VR 기기들은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OS를 사용하고 있어 구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이다. 구글 소프트웨어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오랫동안 개발해온 자체 OS를 포기하는 것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향후 메타버스 시장이 현재보다 성장했을 때 메타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SNS 사업에서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현 상황 역시 메타가 자체 플랫폼을 가지지 못한 기업이라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메타로서는 OS를 포기하는 게 정말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물론 하드웨어 기기 생산에 집중하여 성과를 거둔 후에 다시 OS 개발을 이어갈 수 있고, 그럴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만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메타버스 시장에서 몇개월, 몇년의 지체는 돌이킬 수 없는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실적 발표를 확인하고 나서 메타버스 시장에서 향후에 실적이 향상될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어려워도 길게 보면 주가는 반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기사를 보고 나니 생각보다 메타버스 시장에서 메타의 입지가 장밋빛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든다. 겉으로 드러나는 실적이 꾸준하고 좋아서 이 정도로 사태가 심각한 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가 이런 움직임을 공개하지 않고 내부에서 가지는 것을 보면 메타는 이미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다는 것인데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거의 확정적으로 보이지만 OS 개발 중단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도 아니므로 더 지켜봐야겠다.